나의 이야기

1인 군주 시스템의 변화 없인 현장의 무책임한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몽유도원 2014. 5. 19. 19:50



박광온 대변인, 오전 현안브리핑


□ 일시: 2014년 5월 19일 오전 10시 5분

□ 장소: 국회 정론관


■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대한 입장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먼저 고뇌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일관되게, 사태수습,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그 다음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책 마련, 이 순서로 일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의 내용은 저희들이 얘기하는 순서와는 다소 다르게, 충격요법으로 해경의 해체라는 안을 들고 나온 것이 본질적으로 이 사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담화 전체를 본 소감은 사과는 있었지만, 진단은 미흡하고, 처방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종 책임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가 물속에 가라앉은 지 34일 만에 이뤄진 것은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해경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 안전행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그리고 관료와 기업의 비정상적인 유착과 관행이 있었다는 점, 또 선사와 승무원의 직무유기와 비정상적인 사익 추구가 있었다는 점, 이렇게 네 가지로 이번 세월호 사태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는 대통령께서 스스로 최종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와 내각 전반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흡한 진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처방의 핵심은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이다. 해경의 해체는 지극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요법으로 모든 책임을 해경에 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국가안전처의 신설은 현재까지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과연 이 기구가 육상과 해상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고, 또한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공룡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실효성이 없는 공룡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더구나 국가 재난의 최종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하지만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고 하는 것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그렇게도 문제가 됐던 무책임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 야당에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 1인 군주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받아쓰기 내각의 행태를 그대로 지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1인 군주 시스템의 변화 없이 현장에서 우왕좌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그런 무책임한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세월호 사태의 본질적인 이유는 생명의 존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묻지마 탐욕’이다. 이윤을 사람보다 앞세우는 국정운영의 철학과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 표명이 없었던 점도 아쉬운 점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기업의 이윤추구에 희생시키는 국정운영 방식으로는 제2의 세월호를 과연 막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이 시점에, 꼭 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출국해야 하는지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더구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에 세계가 가장 위험한 잠재적 생명위협물로 규정하고, 생명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세월호 사태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이윤보다는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한 인식의 공유다. 과연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5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