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운동의 역사-김삼웅·한시준

제1장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법론, 독립운동의 개념/제1권 한국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

몽유도원 2013. 1. 3. 15:42

제1장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법론

독립운동의 개념
독립운동의 이념
독립운동의 방법론

1. 독립운동의 개념

근대사에서 독립운동을 통하여 독립한 나라는 19세기 초기의 그리스와 벨기에의 독립, 그를 전후한 남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독립이다. 다음이 제1차세계대전을 계기로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 독립한 핀란드·폴란드·헝가리·유고슬라비아 등이고, 다음이 제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더욱 넓게 일어나 이집트·이스라엘·이라크·이란·파키스탄·인디아·베트남·한국 등이고, 다음이 1960년대 네오-내셔널리즘의 부상과 더불어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독립이다.

독립운동이란 식민지상태에서 자주국가의 수립과 자립경제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는 민족운동을 말한다. 민족은 언제 형성되었느냐? 사람들이 생활공동체국가를 만들어 문화가 동질화될 때까지 역사를 누려 의식공동체문화가 되면 그 의식공동체를 민족이라 한다. 생활공동체의 형성시기는 서유럽은 근대 국민국가 형성시기이고, 북유럽·동유럽·아시아는 고대 철기사회 형성시기이다. 철기사회가 형성되면 부족국가 간에 정복전쟁이 일어나 일단 생활공동체가 형성된다. 우리의 경우는 고대 부족국가가 철기문화의 전래를 계기로 전쟁이 일어나 부여·고구려· 옥저·동예·백제·신라·가야로 통합됐다가 다시 고구려·백제·신라·가야로 통합된 후 결국 신라·발해로 재통합과정을 밟았다. 이것이 사회경제적으로는 철기사회의 발전과정이고 동시에 민족형성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서유럽 기준에 맞추어 해석하려고 하면 억지 논리를 전개하게 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서유럽은 고대에는 로마제국처럼 규모가 너무 커서 생활공동체에 이르지 못하고, 중세에는 봉건국가였으므로 규모가 너무 작아서 민족을 형성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나폴레옹전쟁을 전후하여 국민혁명과 더불어 국민이 민족으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민족운동에는 프랑스혁명과 명예혁명 같은 민족혁명운동, 수많은 민족에 의해 전개된 민족독립운동, 이탈리아통일·독일통일·미국통일 같은 민족통일운동이 있는데 우리는 통일운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같이 독립운동의 주체는 민족이다. 때문에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사람은 먼저 민족을 발견하고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에서 선구적 지식인인 신채호의 경우에는 1908년 『독사신론讀史新論』을 쓰면서 민족을 발견하고 있다.

다음에 자주국가의 수립이란 이웃 강대국의 위성국이 아닌 독자적인 국가로서 독립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자립경제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위성국으로 독립한 남미 여러 나라와 소련의 위성국인 동구 여러 나라의 독립은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자주 독립이라고 할 수 없다. 자주독립과 자립경제를 실현하자면 먼저 독립운동을 자주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 독립운동의 운동이란 근대적 개념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사회 발전을 위하여 조직적 노력을 운동이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중세까지는 없었다. 중세까지는 현실을 부정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만적의 난, 활빈당, 장길산의 난 등 수많은 농민반란이 그것이다. 현실에 대한 반대는 있어도 새로운 시대 건설의  이론은 없었다. 그래서 농민운동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중세 말에 농민반란이 농민운동으로 도약하려고 농민전쟁을 일으킨 경우는 있었다. 동학농민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운동은 포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운동의 내용을 보면 의병전쟁처럼 무장활동도 있고, 계몽운동처럼 문화활동도 있었듯이 다양하다. 이와 같이 독립운동을 정의하고 보면 세계에서 독립운동을 통해서 스스로 독립한 나라는 산업혁명 후에는 거의 없었다고 할 만큼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