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운동의 역사-김삼웅·한시준

제1권 한국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 - 간행사, 김삼웅/한시준

몽유도원 2013. 1. 3. 15:32

간행사


『한국독립운동의 역사』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광복 60돌을 맞이한 2005년부터 기획하여 추진해 온 편찬사업이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광복 직후 내건 독립운동세력의 새 국가건설론은 우파이건 좌파이건 중도파이건 서로 상당히 근접해 있었다. 그 공감대를 토대로 외연을 확대하면서 통합과 통일을 이루어 민족적이며 민주적인 새 국가를 건설해야 했다. 하지만 38도선을 경계로 남북한에 각기 다른 체제의 정부가 들어서고야 말았다. 한민족이면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민족분단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정부는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로 직전의 역사, 즉 독립운동사를 폄하하거나 왜곡하였다.

남한에는 친일세력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반민족 친일행위자 처벌은 고사하고, 사회 각 분야에 친일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독립운동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좌파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일제강점기 못지 않은 박해를 받았다. 북한에는 사회주의체제가 성립하였기 때문에 좌파 독립운동 중심으로 독립운동사가 정리되었다. 우파 독립운동은 배제되었고, 특정 세력만의 항일무장투쟁이 독립운동사의 주류가 되었다. 남북한 양쪽에서 독립운동사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못한 것이다.

4·19혁명으로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고양되면서 독립운동사에 대한 관심이 대두하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1960년대 국사편찬위원회가 독립운동 자료를 정리하여 『한국독립운동사』 전5권을 펴냈다.

1970년대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는 독립운동의 전 분야를 분류사적으로 집대성하여 『독립운동사』 전10권을 간행하였다. 이는 대표적인 독립운동사의 연구 성과물로서 독립운동사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다. 독립운동의 참 모습은 여기에 소개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당시 동서냉전체제와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해 사회주의계열을 비롯한 좌파 독립운동은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독립운동사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었다. 마치 각기 다른 색깔의 빛들이 모여 찬란한 무지개를 만들듯이, 각계각층의 독립운동세력이 다양한 노선과 이념으로 펼친 것이 바로 한국독립운동이었다. 독립운동 세력은 간혹 갈등과 대립도 하였지만, 연대와 통일을 지향하며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하여 8·15 광복의 길을 열었다. 바로 이 점이 지난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현재의 우리가 배울 점이고, 또 여기서 우리 사회와 민족의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새로 간행하는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는 우선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깝게 접근하려고 했다. 과거처럼 이념적 금기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이념적 편견으로 인해 사실을 왜곡·무시하거나 간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기록했다. 독립운동사는 어느 한 정부나 집권세력만의 역사가 아니다. 한민족 전체의 역사이자 한국근대사의 중심이고, 민족사의 미래를 열어갈 정신적 자산이자 동력이다. 따라서 어느 한 정부나 정권의 집권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사실을 포폄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다.

선열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한 이유는 조국광복과 민족독립에 있었다. 결코 조국분단이나 민족분열을 바란 것이 아니다. 이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기리기 위해서는, 간난의 조건 속에서도 끊임 없이 추구했던 민족세력의 연대와 통일의 노력을 찾아내 빛을 밝혀야 한다. 이런 치열한 역사인식이 투영된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전60권의 발간으로 다소나마 후손된 도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가 지난날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듯이 후손들도 오늘의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으로 믿는다.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를 발행하면서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 우선 이 사업을 기획한 김희곤 전 연구소장, 최완근 국가보훈처 전 보훈선양국장과 현 이병구 국장, 그리고 ‘광복6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역사의식에 경의를 표한다. 이 사업은 정부의 광복 6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간행 사업 전 과정을 조율한 ‘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을 비롯한 편찬위원, 조동걸 교수를 비롯한 집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지원업무를 담당한 국가보훈처 관계자, 실무를 맡은 연구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07년 12월 10일

독립기념관장 김 삼 웅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한 시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