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은 과장, 대기업은 놔두고 소득세만 건드려 빌미 줬다”
[인터뷰] 김태일 좋은예산센터 소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입력 2013-08-20 03:25:36l수정 2013-08-20 18:33:24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세금폭탄'론에 밀려 5일만에 후퇴한 정부의 '8.8 세제개편안'은 대기업 과세 강화 방안이 빠진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감세 혜택을 누려온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빠진 상태에서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제출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중산층 세금폭탄'은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 세금폭탄론 어이가 없었다"
재정전문가인 김태일 '좋은예산센터' 소장(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은 19일 '민중의소리'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세금폭탄론은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어이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이번 개편안 중에서 개편의 영향이 크고 일반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소득공제의 일부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인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고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 조세의 형평성이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소득공제는 가계 지출 중 의료비, 교육비, 연금저축 등에 대한 지출은 필수경비로 보고 해당 지출에서 일정 금액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고소득자일수록 교육비, 연금저축 등의 지출이 많기 때문에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결국, 8.8 세제개편 원안에 따라 세 부담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계층은 고소득층이었다.
연봉 3450만원 초과 434만명(28%)이 소득세 부담이 느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4000만원~7000만원 계층에서는 연 16만원 소득세 부담이 늘고, 7000만원~8000만원 계층은 연 33만원, 8000만원~9000만원 계층은 연 98만원, 9000만원~1억원 이하 계층은 113만원, 3억원 초과 계층은 865만원 소득세 부담이 느는 것으로 추정됐었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계층까지는 8.8 세제개편안으로 늘어나는 세금 부담액이 월 1만원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이를 감안하면 "세금폭탄론은 과장이고 잘못"이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득세 규모가 작다"라며 "늘어나는 지출을 감안하면 소득세를 늘려야 하는데 그 방편으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것은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비과세 감면은 정비하지 않고 소득세 비과세 감면만 축소해 세금폭탄론 빌미줘"
2012년 우리나라 소득세 수입은 45조 8천억 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3.6%였는데 OECD 다른 회원국들은 소득세 수입이 CDP 대비 7~12.6%였다. 우리나라 소득세 수입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공제·감면이 많아 과세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자 중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2011년 기준 36.1%에 이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세제개편안 중 소득세 개편 부분만 놓고 보면 개편 방향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개인 소득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조세의)형평성을 높이면서도 세수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법 이외에도 많고, 개편 필요성의 우선순위를 따지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있을텐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개편은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 일례로 김 교수는 자산 소득이나 재산세에 대한 강화 문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소위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취약하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이 소득세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주요 요인"이라며 "근로소득 내에서의 형평성 강화 못지 않게 근로소득과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 제고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세재개편안이 "세금 폭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반발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은 대기업 비과세 감면에 대한 정비는 전혀 하지 않고 소득세 비과세 감면만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다양한 법인세 감면 제도 중 부적절하거나 조세 형평성 저해하는 것 수정해야"
정부 세제개편 원안에서 대기업 과세 강화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이 법인세다. 법인세는 노무현 정부 때 최고세율 25%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감세 정책으로 최고세율이 22%까지 떨어졌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조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되돌려 놓는 등 이명박 정부에서의 감세 조치 원상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위축된다는 등의 논리를 들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OECD 회원국 중에서 높은 축에 속하는 것을 들어 법인세 강화 주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2012년 법인세 수입은 45조9천억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3.6%였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높다는 것이 법인세 강화 반대론자들의 주요 논거다.
김 교수는 "법인세 강화 얘기만 나오면 정부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OECD 평균 보다 높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우리나라 기업의 세부담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높은가를 판단하는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 수준을 평가하려면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아니라 법인소득 대비 법인세 비중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의 실제적인 세 부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평균실효세율'이 있다. 평균실효세율은 법인의 총부담세액을 각 사업연도의 (법인)소득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개별 기업의 실제적인 세부담 지표가 될 수 있다. 평균실효세율은 1990년 19.3%에서 2011년 14.7%로 하락추세를 보여오고 있다.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기업의 실제적인 세 부담이 줄어온 것이다. 법인세 인상 방안으로는 현재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올리는 방안,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 교수는 "R&D 공제나 고용창출 관련 법인세 감면 제도는 본래의 목적은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서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라며 "다양한 법인세 감면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부적절한 것 및 형평성을 저해하는 것은 수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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