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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축소은폐 CCTV 찾으려 두시간 동안 캄캄한 화면만 보기도”

몽유도원 2013. 7. 31. 23:09

“경찰의 축소은폐 CCTV 찾으려 두시간 동안 캄캄한 화면만 보기도”

[인터뷰]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세 차례 공개한 영상에는, 국정원 댓글이 수없이 쏟아지자 서울경찰청 분석팀이 "노다지다 노다지, 이렇게 많은 걸..."이라고 말하는 장면, 문제의 닉네임을 찾아 환호하면서도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모습을 넋 놓고 있는 모습, "문서...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요"라고 말하는 장면, 국정원 여직원이 썼던 '숲속의 참치' 아이디에서 댓글을 단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상규 의원은 3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CCTV영상을 찾아낸 데 대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고 당사자들을 만나는 통합진보당의 장점과 힘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경찰이 제출한 127시간 분량의 72장의 CD를 다 봤다"며 "어떤 CD는 두 시간 동안 캄캄한 화면만 나오는 것도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가지 않아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데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런 합의를 한 데 대해, 민주당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합의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불법행위'가 묻히는 '전략적 패착'을 뒀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가능하면 파행시키고 축소시키고 싶어 하는데, 거꾸로 민주당이 파행시키지 말고 열어 달라고 하는 소극적인 입장이 되니 스스로 궁지로 몰아버린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이와 연관된 정권 정통성에 대한 입장과 투쟁방향에 대해, 이 의원은 "만약 (새누리당) 캠프 차원에서 국정원이 연계됐다면 이건 불법 부정선거다. 정권에 대해서도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싸웠어야 한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입장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의원은 원내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장외에서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그는 "국정조사가 제대로 안되고 국정원 기관보고가 비공개로 되는 등 이런 식의 파행이 계속되면 될수록 국민들의 저항과 분노가 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받는 응원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아래는 30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담긴 CCTV를 공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새로 드러난 구체적인 증거자료로는 거의 유일한데,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고 찾아내게 됐나. 


그 부분을 많이 궁금해 하는데 사실 간단하다. 그 CCTV 영상은 경찰청이 전체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자료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서울경찰청 녹화분석실 자료를 전부 가져갔다. 경찰이 축소 은폐했다는 검찰 수사결과의 결정적 근거가 다 거기에서 나왔다. 경찰은 해당 영상을 검찰이 다 봐서 이미 공개된 거라고 판단하고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검찰 수사 발표에는 없던 내용들이다. 


경찰이 제출한 CCTV영상 전체 분량이 127시간이다. CD로는 72장이다. 그래서 해당 영상 전체를 하나하나 다 봤다. 그 중에 검찰에서 발표하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걸 공개한 것이다. 진보당은 어떤 이슈가 있으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고 당사자를 만난다. 그게 통합진보당의 장점이고 힘이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가지 않아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어떤 CD는 두시간 동안 아무런 대화 없이 캄캄한 화면만 나오는 것도 있었지만 다 봤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성한 경찰청장과 최현락 수사국장 등 경찰 수뇌부는 수사를 축소은폐한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고서도 '당시에는 댓글이 없었다'며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경찰 측 얘기는 자기들은 그걸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봤을 당시에는 문제가 되는 댓글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는 거다. 지금 경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이 그것 밖에 없어보인다. 그러다보니 제가 공개한 영상에 나오는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분석관의 말을 농담이었다며 궁색한 답을 내놨다. 황당한 답을 하길래 댓글 삭제한 게 어떻게 농담이냐고 했더니 청장이 제대로 답을 못하더라. 이런 문제에서 청장이 답변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청장 손을 떠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얘기하면, '저희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며 자인한 꼴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국정조사에 불러와서 질의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도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왜 그런 합의가 나왔다고 보나.


큰 차원에서 보면, NLL논란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합의하면서 국정원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끝이 나버렸다. 원세훈 전 원장의 대선개입은 어느 정도 밝혀졌고 더 밝혀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현재 권력인 남재준 원장은 대화록을 공개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한게 분명하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친절히 해줬다. 두 사안 모두 국정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정치개입을 전면적이고 노골적으로 한 것이다. 국정원이 정치권과 야당, 국민에 대한 비밀 공작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 권력인 원세훈 원장과 현재 권력인 남재준 원장의 불법 행위를 엄벌하는 데 국정조사가 집중돼야 하는데, 대화록 공개에 합의해주면서 대선 전에 유출했든 이번에 유출했든 대화록 유출에 합의해 준 셈이 됐다. 전략적 패착을 둬버린 것이다. 그러니 경찰의 수사은폐와 원세훈의 지시 여부 등만 남아 버렸다.


새누리당이 버티기로 일관하는데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도 많다.


안타깝지만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국정원 개혁만 똑바로 해라'라고 얘기했다. 그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읽은 김무성 총괄본부장이나 '집권하면 NLL 대화록 까겠다'고 한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발언이 어떻게 나왔는지 규명하고, '만약 캠프 차원에서 국정원이 연계됐다면 이건 불법 부정선거다. 정권에 대해서도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싸웠어야 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간의 고리를 알아서 차단한 건 민주당이 아무 것도 못하게 하는 빌미와 단초를 제공하는 안타까운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다 현 민주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을 전면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 그러니 갇힌 틀 내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가능하면 파행시키고 축소시키고 싶어 하는데, 거꾸로 민주당이 파행시키지 말고 열어 달라고 하는 소극적인 입장이 되니 스스로 궁지로 몰아버린 꼴이 됐다.


진보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 의원도 자주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느끼는 점은 어떤 게 있나.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처음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할 때 사람수는 적었지만 굉장히 열기가 뜨거웠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소수의 사람들이 나왔지만 촛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살아서 지금은 시청광장 전체를 덮을 만큼 시민들이 나온다. 지난주에도 비가 왔는데도 상당히 열기가 뜨거웠다. 국정조사가 제대로 안되고 국정원 기관보고가 비공개로 되는 등 이런 식의 파행이 계속되면 될수록 국민들의 저항과 분노가 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열심히 하시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TV에서 잘 봤다며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렇게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는 걸 보면서 지금 진보당이 가는 길이 맞는 길이구나, 국민들과 함께 가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번 주에는 국정조사 일정이 실제로는 없는 상태가 됐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휴가를 떠나기도 한 걸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휴가 얘기는 7월 2일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합의할 때부터 나왔다. '7월 말에는 아무 것도 못한다. 휴가 가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왔었다. 설마 실제로 그럴 줄은 몰랐는데 과감히 실행하는 걸로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국정조사가 자기들 휴가보다도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헌정유린 국기문란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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