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내와 타협의 아이콘, 김한길도 뿔 났다
□ 일시: 2013년 12월 29일 오전 11시
□ 장소: 국회 대표회의실
■ 김한길 당대표
여야가 당초 내년도 예산안과 국정원등의 개혁 법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한 30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저는 어제 밤에 국정원 개혁특위 차원에서 이제까지 여야 간사 사이에 잠정적으로 의견접근을 이룬 내용을 보고 받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당대표로서 이 안을 수용할 수 없다.
아시는 대로, 지난 3일에 있은 여야지도부 4자회담에서는 국정원 개혁특위가 이번 12월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에 합의해서 이를 국민께 공표했고, 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도 연내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연내에 우선처리하기로 합의한 사항들은, 국회에 의한 국정원 개혁의 출발이라는 의미를 담보하는 최소한의 내용들이다. 이어서 국정원 개혁특위에서는 내년 2월 말까지 국정원 개혁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로 돼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특위에서 합의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양당 간사 간의 협의에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등으로 시간을 끌며, 여야지도부 4자회담에서 합의한 핵심조항 조차 무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을 연내처리하지 못하고 준예산으로 갈 경우에 그 모든 책임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민주당을 겁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야지도부 4자회담에서 합의하고 국민께 공표한 국정원등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사항 조차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적당히 끌려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특히, 지난 3일 여야지도부 4자회담에서 합의해서 국민께 공표한 내용 중에 「국가정보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국정원법 개정안에서 빠져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국정원 직원의 상시적인 기관 출입이나 파견을 통한 부당한 정보수집 행위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지난 9월 16일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인 저에게 강조해서 약속했던 부분이다.
9월 16일 3자회담에서 제가 대통령께 국회 국정원개혁특위를 통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자, 대통령은 특위 설치에 동의하지는 않고, 제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국정원이 일체의 기관 출입이나 파견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정치는 일체 하지 않는 걸로 하고, 국정원이 해야 할 본연의 일만 철저하게 하도록 하겠다”
90분 동안 진행된 9월 16일 3자회담 중에 대통령은 제게 이 말씀을 서너 차례나 되풀이하면서 강조하셨다. 이날 3자회담에 함께 했던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께서도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에 지난 3일에 있은 「여야지도부 4자회담」에서 이 부분에 합의했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에게 이렇게까지 강조해서 약속한 사항을 이제 와서 국정원법에 명시하지 않겠다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민과 야당과 대통령의 약속을 우롱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의지를 외면하고 국정원의 입김에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에게 면전에서 직접 여러 차례 강조해서 약속한 대로, 또 여야지도부가 합의문에 명시한 그대로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것이 국정원 개혁의 시작이자 최소한이라는 점을 새누리당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촉구한다.
저는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철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
예컨대 최소한 이런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