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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규 “촛불집회, 이젠 국정조사 없이 국민의 힘으로 끌고가야”

몽유도원 2013. 8. 23. 09:07

[인터뷰] 이상규 “촛불집회, 이젠 국정조사 없이 국민의 힘으로 끌고가야”

국정원 국조특위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청와대 앞 단식농성 나선 이유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 청와대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 활동이 21일 '김세(김무성·권영세) 없는'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하지만 '국정원-새누리당(박근혜 대선캠프)-경찰의 커넥션' 의혹은 증폭만 된 채 매듭을 짓지 못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었던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 일정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나홀로 농성장을 차렸다. 국정조사의 시한인 23일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 째인 22일. 아직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선캠프의 실세 김무성(총괄본부장)·권영세(종합상황실장)와 국정원, 경찰의 직간접인 연관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대통령 직접 나서야 한다"며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특검 도입 수용 등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김용판의 15일 수상한 점심, 권영세와 원세훈의 통화, 박원동이 김용판과의 전화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확인한 점, 김하영 주변인물이 새누리당 현역의원과 (대학) 동기라는 점, 이런 것들은 추가 수사만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할 수 있는 독립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진실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한계는 있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근혜 캠프-국정원-경찰이라는 '삼각 커넥션'을 일정 정도 밝힌 점, 야권 공조가 새로이 복원된 계기가 됐다는 점, 새누리당의 '반민주'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을 성과점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앞으로 국정원 정국의 향방은 촛불집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까지 촛불은 국정조사가 이끌어왔다면, 향후 촛불은 국정조사 없이 국민들의 힘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동력이 가능하냐를 가늠하는 것이 내일(23일) 촛불(집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야권의 공조 필요성 역시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정조사 특위 안에서 만큼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함께 호흡과 행동을 맞춰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번에 야권 공조가 잘됐다"며 "민주당이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열심히 싸워야겠다"면서 "만약 민주당이 이번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후속 사업이나 투쟁을 한다면, 어떤 것이든 저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2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가진 이상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밤새 별일은 없었나. 농성에 들어가기 직전 단식까지 결심한 걸로 들었다.


이왕 투쟁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단식까지 하게 됐다. 일단 내일(23일) 촛불집회 때까지 하기로 했다. 어제 밤에는 여기 근처에 있는 파라솔을 모아 그 아래에서 자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가서 잤다. 자는 동안에는 경찰들이 불침번을 서서 안전하게 잤다. 낮에 햇볕이 내리 쬘 때에는 발을 내딛을 때 바닥이 뜨겁고, 더워서 부채를 쥐면 부채도 뜨겁더라.



왜 단식농성에 나서게 됐나.


국정조사가 일정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의 방탄, 증인들의 (발언) 거부 등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에 대한 차단 속에서 파행으로 점철됐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실세 김무성(총괄본부장)·권영세(종합상황실장)와 국정원, 경찰의 직간접인 연관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대통령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난 민심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국정조사 기간(23일)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내일이라도 김무성·권영세 두 증인이 채택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문제 풀어나가고, 정말 국기문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마음이 있다면 현재 ‘NLL 대화록’ 공개로 정치개입이 명백한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으로 개혁 의지를 보이고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단식농성에 나서면서 특검 도입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특검이 과연 유효할까 싶었는데, (국정조사를 통해) 새 사실들이 밝혀지지 않았나. 김용판의 15일 수상한 점심, 권영세와 원세훈의 통화, 박원동이 김용판과의 전화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확인한 점, 김하영 주변인물이 새누리당 현역의원과 (대학) 동기라는 점, 이런 것들은 추가 수사만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하자는 거다. 특검을 하게 된다면, 대통령이 지명하는 특별 검사가 아닌, 여야가 합의해서 할 수 있는 독립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단식농성하는 이상규 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김미희 의원, 유선희, 정희성 최고위원과 자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 국정원 국정조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성과로는 첫 번째는 박근혜 캠프-국정원-경찰이라는 삼각 커넥션을 일정 정도 밝힌 점, 두 번째는 야권 공조가 새로이 복원된 계기가 됐다는 것, 세 번째는 새누리당의 반민주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체적 진실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것은 국정조사의 한계다. 예를 들어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나온) 막말과 고성은 국정조사 자체의 무용론이나 양비론을 통해 물타기 하려는 고의적이고 불순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야당이 반성해야 할 지점도 있다.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보다 치밀한 연구·분석, 자료수집, 현장파악 이런 부분에서 미진했던 점은 향후 개선과제, 반성할 점이 아닌가 싶다. 


사실 민주당은 집권도 해봤고 (의원) 청문회 같은 노하우도 많이 있다. 그 자체로 훌륭했다. 이것이 왜 보다 치밀하고 꼼꼼한 준비로, 전체 판에서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냐는 측면에는 야성의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원래 갖춰야 할 야성이 잘 발현되지 않아 기술적인 그런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이상규 의원의 경우 청문회는 처음이었을 텐데 국정조사를 마친 소회를 밝혀 달라.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자료도 없고 정보도 없고 (이것들을) 제공해주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그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 파일이 왔을 때 이것을 한 번 확인해보자, 단순히 늘 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 거기서 풀었던 녹취록 중에서 ‘삭제되고 있는데 잠이 오냐’고 (경찰 분석관들이 말)한 것을 발견하고 동영상을 공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을 되짚어보면 진보당만이 할 수 있는 현장성, 부지런함, 그리고 하나하나 확인해서 그 속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하는 평상시 활동 방식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것을 하고 난 후에는 전체 굴러가는 방향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던 국정조사가 일정한 성과를 내어 자신감을 얻고, 진보당이 갖고 있던 팀플레이의 장점이 잘 발휘된 것 같아 새삼 뿌듯한 게 있다. 


특히 김하영(국정원 여직원), 이정복(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작업 동원), ‘대포폰’ 실소유자 김대호(김하영에 대포폰 명의 제공)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90학번 동기라는 것과 국정원이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트위터 글을) RT(리트윗)하게 만든 것 등은 실사구시하면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전체 흐름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권 공조가 복원됐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게 나타났나.


야권연대의 경우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복원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급할 수 없다. 이번처럼 민주당 의원들과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보여주고 서로를 인정해주면서 다른 영역과 약간의 다른 색깔이 있으면서도 충분히 자료를 공유하고 방향도 같이 모색해나가는 경험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에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정조사 특위) 회의 때 새누리당이 퇴장을 한다거나 협조를 하지 않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논의하기도 하고, (야당만 참석한 마지막 청문회에서) 피케팅을 함께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문 하나를 낼 때도 그동안 ‘민주당 의원 일동’ 명의로만 내다가 이제는 ‘야당 의원 일동’이라고 같이 하자고 했다. 진보당을 많이 배려해줬다. 민주당의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함께 한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은 상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보조는 서로 (언제든) 맞출 수 있는데, 행동을 맞춘다는 것은 한 걸음 더 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조사 특위 회의할 때도 민주당 의원들과 같이 했는데, 한 번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들어와서 같이 회의한 적이 있다. 주로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다보니 전병헌 원내대표가 있을 경우에는 수시로 함께 회의를 하기도 했다. 전 원내대표가 “이해해달라”, “진보당은 이만큼 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중도층까지 아울러 가야 하는 게 있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하고, “꼭 같이 가자”고도 하더라.



경찰에게 막힌 이상규-정청래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 정청래 야당 간사와 김현 민주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 청와대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다 경찰이 가로막아 대치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동안 국정조사 과정에서 공개됐던 CCTV 영상을 두고 새누리당과 경찰에서는 조작, 왜곡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공소사실조차 전면 부인했다.


그것은 ‘방탄 국정조사’를 만들어버린 새누리당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더한 증거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일정 부분 내분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원세훈(전 국정원장)·김용판(전 서울경찰청장) 증인채택을 할 때 처음에는 합의를 안 해주다가 결국 표결로 처리하지 않았나. (새누리당 의원) 2명은 기권했다. (대부분 두 증인이 나오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기권한 의원들은 대놓고 주장하지는 못했지만 두 증인은 당연히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늘 한통속처럼 움직인 국정원과 새누리당, 경찰, 조중동(보수언론)까지 모두 검찰을 공격하는데, 이에 대해 검찰이 항거하면서 싸우는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이 사건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집권세력 내에서도 다르다, 상당히 균열을 겪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서로간의 감정이골, 다툼이 상당하더라.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청문회 스타’를 꼽는다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굉장히 돋보였다. 거의 완패로 질질 끌려가다가 권은희 과장의 증언에 의해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도대체 뭐했냐’는 비난 소리에 비례해서 ‘권은희가 가장 대단하다’ 이런 말이 나오지 않나. 진짜 앞에서 봐도 차분하면서도 당찬 그런 사람이었다. 반대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이장우 의원, 김태흠 의원은 자질이 전부 다 드러나서...동료 의원이지만 참 민망하더라.



국정조사가 끝나는 23일 촛불집회가 있다. 그동안 이어져온 촛불에 대한 평가, 그리고 내일(23일) 촛불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금까지 촛불은 국정조사가 이끌어왔다면, 향후 촛불은 국정조사 없이 국민들의 힘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동력이 가능하냐를 가늠하는 것이 내일(23일) 촛불이 될 것이다. 최근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종교계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다시 강력하게 전체 촛불의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작용할지는 내일 촛불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장외로 나섰던 민주당이 국회 ‘회군’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있나.


민주당은 처음부터 원내외 투쟁을 한다고 했고,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뿐이다. 다만 장외투쟁을 접고 완전히 회군하겠다고 하지 않은 것은 현재 국민들의 상당한 분노,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의혹을 제대로 밝히고 야당답게 싸우라는 압박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본연의 결단을 내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열심히 싸워야겠다. 우선 내일 저녁 촛불집회에도 참석할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만약 민주당이 이번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후속 사업이나 투쟁을 한다면, 어떤 것이든 저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 청와대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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