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브라질" 감독 테리 길리암 | 131 분 | 1985 년

몽유도원 2013. 8. 23. 08:52



영화 ‘브라질’은 정보기록 공무원 주인공 샘이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진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샘은 원래대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사건에 근접할수록 거대정부의 감시와 괴물 같이 비대해진 관료제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샘은 범죄(일상에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일)를 저질러, 해방감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정부는 샘의 이런 행동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국민총생산의 총 7%를 사용하는 정보부는 샘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기록합니다. 감시를 통해 샘에게 형벌을 내립니다. 샘이 받은 형벌은 징역이 아닙니다. 샘은 엄청난 벌금을 부과받고, 한 평생 빚을 갚으며, 국가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것이 샘이 받은 형벌이었습니다. 샘이 경험한 모든 것이 관료제와 감시사회의 폐해이고, 자신이 피해자인 것을 깨닫는 순간 샘은 저항합니다. 하지만 샘보다 악랄하고 잔인한 국가는 샘에게 고문을 가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대인들에게 ‘경고메시지’를 던집니다. 법집행은 폭력적일지라도, 개개인에게 ‘동의 사인’을 꼬박꼬박 챙기는 공무원, 호흡소리까지 감시하는 국가, 게임하는 것처럼 통신만으로 무력충돌현장에 개입하는 고위 공무원, 체포 놀이를 태연하게 하는 아이들, 마치 기계부품처럼 자신에게 지워진 법적 의무만 따지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 영화는 감시사회의 폭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 정보검색국 사람들의 과장된 몸짓, 시각적 장치들 탓에 영화 ‘브라질’의 사회를 판타지 영화 정도로 치부하다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바로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인 것을 말입니다. 그 순간 관객들은 영화보다 (우리에게 갖가지 의무를 부과하는 현실의) 정부가 더 폭력적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경직된 말투와 유니폼을 입는 공무원들이 영화 속에선 말도 안 되는 일처리를 하기 때문에 “이거 진짜 말도 안 돼 !”라고 느끼지만, 현실 속 공무원들 역시 영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현실 속 공무원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일상적 말투로 무자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해남경찰서에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인근 마을 주민 100여명의 DNA를 채취한 것은 한 예입니다.

영화 속 샘은 결국 ‘정신이상자’ 판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푸른 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사는 삶을 꿈꾸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치한다면 언젠가 이런 평범한 상상을 하는 것조차 제재당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것이 영화 ‘브라질’이 개개인에게 던진 메시지이자 경고입니다.

 

by 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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